어린모가 심어진 논을 보노라면 웬지모를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빵이나 육류를 주식으로 삼는 일부 나라가 아닌 쌀이 주식이고
밥이 뱃심이요 그 뱃심이 곧 체력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쌀농사
가 그만큼 중요했다 아무리 입맛이 변했고 햄버거 핫도그 밀가루
음식이 좋다고 한들 밥 세끼 않먹으면 밥이 그리우리라
그래도 밥에 김치 몇조각 얹어서 꿀꺽해야만 속도 후련하고 소화
도 잘 되는것이 우리 한국 사람들의 길들여진 입맛이다 삼시세끼
고기반찬만 먹는다면 속이 느끼하고 더부룩하고 뭔가 부족한것
같고 얼큰한 김치찌개가 생각나도록 이미 그렇게 길들여진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뱃속임이 틀림없을것 같다
세살적 길들여진 입맛이 여든을 간다고 그 입맛은 쉽게 변해지지
않는다 그 쌀밥을 구하기 위해 예로부터 논농사를 중요시 하지 않
았던가 밥(쌀)은 곧 힘이요 부의 척도가 되었다 이제는 사람이 해
야 할 많은 일을 기계가 하지만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로만 전해질
지 모르는 이야기 농사일의 작은 기록은 필요할것 같다
못자리에서 사람손에 의해 못춤으로 묶여진 모는 지게로 옮겨져
써래질 끝난 논으로 골고루 옮겨지고 못줄 눈금 따라 한포기씩
심어질때 하루 수만번씩 구부렸다 펴기를 거듭하며 보통 보름여
이십일여씩 품앗이로 돌아가야 모내기가 끝났었다 그 모를 심을
때도 먹고 살자고 악귀같이 달려들던 거머리떼는 또 어찌했는가
피를 덜 빨리자고 스타킹도 심어보지만 쉽게 나간 올 사이로 무
섭게 빨아대는 거머리의 입심을 당할수는 없었다 물에 옷이 젖
어 올라오면 거머리는 허벅지 사타구니 아래까지 올라와서 빠는
일에 충실했으니 참으로 얄밉고도 진저리 치게 밉던 요물이었다
어른들은 그 거머리가 전생에 어느 기생의 화신이라 했던가
세끼니에 참까지 보통 하루에 다섯 끼니를 먹고 술참은 아예 논
둑에 막걸리 통을 비치 해 놓고 그때 그때 마셨으니 그렇게 먹지
않으면 뱃심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고 했던가 그리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도 막걸리의 후한 인심이 통하던 시절이었다 그렇
게 시작된 모내기는 모내기를 마친 기념 "필모떡".을 돌리는 것
으로 한해 논농사의 첫 어려운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
모내기 끝난 사나흘 후 흙탕물이 가라앉을 즈음 발자국에 심어져
떠 오르거나 빼놓고 심지 못한 자리는 뜬모를 한다고 농부는 또
못춤을 들고 때워심기를 하였으니 바늘꽂을 자리만 있어도 씨앗
을 넣는다는 농부의 욕심이라할까 요즘은 볼수 없지만 그때쯤이
면 좁은 논두렁에 까지도 나물콩 씨앗을 넣기도 했다
물론 그 씨앗 조차도 비둘기 꿩이란 놈들이 기가 막히게 찾아 빼
어 먹었으니 그 씨앗을 가지고도 새들과 사람의 머리 싸움도 있
었다 이젠 논두렁에 까지 콩을 심는 알뜰한 농부는 없는것 같다
그만큼 먹고 살만하다는 반증일까 나의 고향집도 사나흘전 이양
기로 모를 심었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의 아버지
구십을 바라보는 연세에 뜬모하러 가시지는 않으셨을지......
(모가 부실하다는데 올해도 그저 풍년들기만 바란다)